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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3 11:05
고향의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들
 글쓴이 : 전양규
조회 : 2,808  


스킨스쿠버다이빙 자원봉사단 울진바다지킴이

 

고향의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들 

굵은 빗줄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7월 초 토요일 새벽. 그러나 동이 트자 경북 울진군 울진 읍 읍내리 현내항 앞바다가 밝아지며 빗줄기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아침 9시, 공동 어판장 주변에 20대부터 40대까지 체격이 건장한 십 여 명의 ‘울진바다지킴이’회원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트렁크를 열고 스킨스쿠버다이빙 장비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는다.

스킨스쿠버다이빙을 즐기던 동호인들이 황폐해 지는 울진의 바다 속 모습에 주목한 것은 11년 전. 해초를 모두 뜯어먹는 성게로 인해 하얗게 변해버린 바위의 백화현상을 확인하고, 어민들의 생명과도 다름없는 전복 종자를 불가사리가 먹어치우는 것을 본 후 더 이상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바다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울진바다지킴이’라는 환경보호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었다. 현재는 31명의 회원들이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활동 중이다.

“불가사리 한 마리가 하루에 전복 종자를 세 마리나 먹어치웁니다. 전복양식을 하는 이곳 어민들에게는 소득과 직결된 문제라 애를 먹고 있어요.



바다 넓이에 비하면 수거하는 양이 턱없이 적겠지 만할수있는 한조금씩이라도 잡아야지요.”

회원들을 태울 배가 항구에 닿자 울진바다지킴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전양규 씨(41세)가 장비들을 챙겨 배에 오른다. 재간둥이로 통하는 이경세씨(35세)도 산소통을 체크하고 형님을 뒤따른다.

오전 10시, 전부 착용하면 20kg 정도 되는 장비의 무게를 등에 업고 회원들이 속속 배에 오른다.

“자, 다들 서쪽 90도 방향으로 내려가세요.”

배가 멈추자 회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가사리와 성게를 잡아넣을 삼발이를 챙겨 입수한다. 곳곳에서‘풍덩’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깐

사이에 모두들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배 위에선 작업을 마친 이들이 올라올 때 도와줄 몇몇 회원들이 대기 중이다. 오늘의 대기조인 김기철 씨(40세)는 활동 초창기에 가족들의 불만도 많았다고 한다. 황금 같은 주말에 가족보다 바다 챙기기에 바쁘니 어느 누가 환영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가족들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편이다.

입수한지 30여분이 지나고 사람들의 머리가 속속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배 위에 있던 회원들은 입수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신속히 뱃머리를 그쪽으로 돌린다. 바다지킴이로 활동한지 10년이 된 박진홍 씨(38세)가 배위로 던져 올린 삼발이 안에 불가사리와 성게가 가득이다.

“위험하지 않느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다들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들이고, 특히나 바다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걱정 없습니다. 수중생물도 볼 수 있고요. 봉사를 넘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계속 시간을 투자하고 참여하는 거예요. 즐겁지 않으면 하지 못하죠.”




그의 말마따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경험한 자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갖가지 생물들이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바다 속에선 뭍에서는 불편했던 스킨스쿠버다이빙 복장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마치 꼬리가 달린 물고기가 된 것처럼 자유롭다.

첫 번째 작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자, 현내항 어촌계 회장 임춘학 씨(68세)가 피로회복제를 들고 그들을 맞이한다.

“3년 전에는 전복의 씨를 바다에 뿌려놓고 2~3일 있다 확인해보면 불가사리가 먹어치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다지킴이가 온 후로는 그런 경우가 드물어졌어요. 마을 사람들이 이분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전복이 잘 자라게 해주니까요.” 처음엔 다이버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꾀하려고 해산물을 채취해간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진의 30여 곳 어촌계에서 이들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수요가 많다보니 대기 중인 마을도 여러 곳. 때문에 예기치 못한 악천후만 아니라면 어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말마다 바다에 뛰어든다.

울진바다지킴이 회원들은 해양감시회원, 인명구조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 긴급한 상황에서는 인명구조에도 나선다. 1년에 한 번씩은 지역 학생들을 초청해 바다 체험의 장을 열어준다. 바나나보트도 태워주고, 래프팅도 하면서 바다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공유한다.

“울산바다지킴이의 성장은 저희 목표가 아니에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하게 활동하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세 번째 항해를 위해 회원들이 배에 오르자 간간이 내렸던 비가 그치고 바람도 잔잔해졌다. 까만 스킨스쿠버다이빙 복장에 산소통을 등에 맨 바다 사나이들에겐 아마도 배가 뜨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이미 두 번의 물질로 체력이 소모되었지만 날씨가 좋아지니 한 번 더 들어가자며 서둘러 배에 몸을 싣는다. 누가 시켜서 이 일을 하겠는가, 경제적인 논리로만 보자면 계산이 서지 않는 일이다. 그런 것 저런 것 다 생각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그저 바다가 좋아 하는 일”이라는 말만 한다. 그들이 있기에 울진앞바다는 오늘도 맑은 빛을 띤다.





글 이지연 _ 사진 홍덕선·이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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